임태희 경기교육감 "기초학력 미달해도 졸업시키는 제도 바꿔야"

입력 2024-02-18 18:38   수정 2024-02-19 00:40


“기초학력을 못 갖춘 학생은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힘들어해도 책임지고 가르쳐야 하는 곳이 학교니까요.”

18일 경기교육청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교육 현장에서 학생의 인권과 책임이 병립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학생 인권이라는 명목하에 학생의 교육적 책무성이 등한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학력과 인성이 미달한 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을 유보하고 분리 교육할 권리가 학교에 있다는 설명이다. 임 교육감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초·기본학력을 보장하는 책임 교육으로 모든 학생의 학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기초학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졸업을 유보하는 뉴질랜드의 모델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학력 개선을 위해 ‘공유학교’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학교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흥미를 잃은 학생을 교사가 억지로 붙잡고 있으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판단에서다. 동시에 학생이 부족한 부분을 학원이 아니라 학교 밖 공유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임 교육감은 “학교 교사가 학생을 관찰하고 필요한 과목과 진도에 따라 수업 시간에 학교 대신 공유학교로 보내는 식”이라며 “공유학교 수업을 들어도 출석 일수를 인정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육감은 올해 1학기 전국에서 시작되는 늘봄학교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 ‘경기형 늘봄학교’를 통해 다양한 돌봄 모델을 마련해놨다는 설명이다. 경기도는 작년부터 센터강화, 거점센터, 지자체 협력, 민간위탁, 복합 등 5개 모델을 개발해 지역 특화 늘봄학교를 운영해왔다. 임 교육감은 김포 고촌 아트홀 음악교실을 우수 사례로 들며 “다양한 모델이 대비된 만큼 현장 교사들의 반발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포 고촌 아트홀에서는 방과후 초등돌봄교실을 통해 바이올린, 발레, 방송댄스, 일본어, 영어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돌봄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늘봄교실 강사비다. 임 교육감은 “현행 공교육 돌봄의 질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강사비가 시간당 4만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 규제를 풀면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강원 화천복합커뮤니티센터는 화천군에서 비교적 높은 강사비를 제공해 우수한 강사가 몰린다고 설명했다.

돌봄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치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는 60% 이상이 과밀학급으로, 원활한 늘봄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학교 밖 돌봄 공간 마련이 필수”라며 “정원을 못 채워 폐원하는 국공립 유치원 공간을 활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교사들에 대한 복지도 임 교육감의 관심사 중 하나다.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는 것이 공교육 강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서다. 특히 중점을 두는 것은 주거복지다. 작년 기준 올해 경기도 교원의 관사 입주 대기자 수는 687명에 달한다. 경기도의 절대 면적이 넓은 탓에 거주지와 먼 곳으로 발령받는 경우가 많지만 관사가 적어 교사들이 알아서 살 곳을 마련해야 한다. 임 교육감은 “기간제 교사를 포함한 10년 이하 젊은 교사의 주거 문제를 적극 해결할 것”이라며 “전세 대출금 이자를 지원하거나 관사를 매입해 제공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인성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임 교육감은 “외국에서는 어려서부터 놀이를 하면서 질서와 양보를 배우지만, 국내 학생들은 오직 입시 지상주의로 충분한 인성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예체능 활동 등을 통해 단체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성을 습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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